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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지추미술관 여행기 : 마중나온 정규직 고양이와의 만남

essay3414 2025. 3. 5. 21:03


나오시마섬에서의 둘째 날, 저희 일행은 지추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자동차 한 대가 보였습니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점들이 박혀 있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 익숙했습니다.


"어, 이거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무늬 아니야?"

자그마한 일본 경차에 호박 패턴이 적용되어 있다니! 순간 너무 귀여워서 저희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지추미술관. 그런데 저희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한 마리의 고양이였습니다. 그것도 미술관 셔틀버스 계단에 당당히 앉아 있는 녀석이었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자, 마치 점검이라도 하듯 좌우를 살피는 모습이 너무나도 의젓했습니다. 그때 일행 중 한 사람이 녀석의 목에 걸린 파란 목걸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우와~ 너 정규직이구나!"

그 말에 저희 모두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역시 나오시마, 고양이조차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나오시마 지추미술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

일본 나오시마섬은 현대미술의 성지라 불 릴 만큼 독특한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 Chichu Art Museum)**은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특별한 미술관으로, 나오시마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1. 지추미술관의 특별한 건축 설계


지추미술관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공간으로, 건물 대부분이 지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추(地中)’라는 이름 자체가 ‘땅속’을 의미하는데, 이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빛과 공간을 활용한 예술적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술관 내부는 자연광을 활용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는 신비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2. 대표적인 전시 작품


지추미술관에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습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 시리즈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Water Lilies) 시리즈가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작품의 느낌도 달라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빛을 활용한 작품
빛과 공간을 활용한 설치미술로 유명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지추미술관의 건축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관람객들은 빛과 색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마치 새로운 차원의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의 ‘타임/타임리스/노타임’
거대한 황금빛 구와 대리석 계단이 배치된 공간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작품은 시간과 공간,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3. 자연과 하나 되는 미술관


지추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전시 작품 때문만이 아닙니다. 건축 자체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미술관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한, 미술관 내 카페에서는 나오시마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작품 감상의 여운을 천천히 즐길 수 있습니다.


4. 지추미술관을 방문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사전 예약 필수: 지추미술관은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방문 전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합니다.

사진 촬영 금지: 미술관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오롯이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편안한 신발 착용 추천: 관람을 위해 미술관 내부를 걸어 다녀야 하므로,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 당신도 잠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미술관 관람을 마치기 전 들른 미술관 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나오시마의 평화로운 전경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조용히 앉아 ‘멍 때리기’를 실컷 하고 싶었는데요. 지추미술관은 그런 아쉬움을 남기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미술관을 떠나는 길에도 우리를 배웅해 줄 고양이가 있을까요? 언젠가 다시 나오시마를 찾는 날, 호박 자동차와 정규직 고양이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저희를 맞아주길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지추미술관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과 건축, 빛과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입니다. 나오시마섬을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할 필수 명소로,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적인 예술적 감동을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