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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스승과 제자의 숨 막히는 승부

essay3414 2025. 4. 2. 20:40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회식으로 외출하고,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런 날엔 뭘 하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요즘 개봉과 동시에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승부".
바둑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조훈현과 이창호, 전설적인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끌어당기더군요. 그렇게 저는 조용한 극장에 앉아, 세기의 대국이라 불리는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단순한 바둑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바둑을 매개로 한, 인생과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훈현 구단이 자타공인 최고의 자리에서, 자신을 뛰어넘을 제자를 길러내고, 결국 그 제자에게 모든 타이틀을 내어주기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적 고뇌와 마주해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꼭대기에서 추락한 스승이 다시 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르듯 자신의 제자와 정면 승부를 펼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간직해온 타이틀을 다시금 찾아오는 그 한 수 한 수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을 자아냈고, 마침내 승부가 갈린 순간, 다시 스승과 제자의 눈빛으로 돌아오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든 요소는 역시 배우들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조훈현 역의 이병헌 배우, 이창호 역의 유아인 배우, 두 사람은 각자의 감정을 말로 풀지 않고도 눈빛 하나, 손끝의 떨림, 숨소리의 변화만으로도 모든 것을 전달해내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바둑판 앞에 앉아 있을 때의 그 긴장된 눈빛과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 그리고 승부가 끝난 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들의 태도 변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파도를 고스란히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감탄했던 요소 중 하나는 ‘소리’였습니다. 화려한 음악보다도 바둑알이 바둑판에 ‘탁’ 하고 떨어지는 소리, 그 정제되고 정갈한 음향이야말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치였습니다. 그 짧은 소리 하나에 관객들은 침을 꿀꺽 삼킬 정도로 몰입하게 되고, 마치 자신이 그 바둑판 앞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가족들이 “어떻게 혼자 영화를 봐?”라며 서운해했지만, 저는 말했습니다. “이 영화는 또 봐야 해.” 처음 볼 때는 놓쳤을지도 모를 눈빛 하나, 배경음악 하나, 짧은 대사 하나에도 이 영화는 수많은 감정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보고 끝낼 수 없는,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승부는 단지 바둑이라는 특정 소재를 넘어,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경쟁, 패배, 성장,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를 뛰어넘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것,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 그런 깊은 메시지를 눈물과 함께 전달해주는 영화, 그리고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성숙하게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영화였습니다.

혹시 지금, 감동이 필요하시거나, 치열한 승부 끝에 남는 여운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승부를 꼭 추천드립니다.